허성규 교수 / LA기윤실 실행위원
같은 민족이지만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나라 북한. 한국 여권으로는 입국이 가능하지 않지만, 외국 여권으로는 입국이 가능한 특별한 나라. 조금은 불안한 마음과 기대를 가지고 그곳으로 출발했다.
우리의 여행 목적은 LA기독교윤리실천 운동이 지원하고 있는 나진 선봉 지역의 빵 공장과 어린이 병원을 방문하여, 그곳의 실정을 파악하고 우리의 가용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4박 5일의 북한 방문을 위하여 중국의 연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두만강 옆에 위치한 운정이라는 도시로 향하였다. 중국쪽의 고속도로는 아주 잘 발달되어 있어서 이곳이 미국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중국 쪽의 수속을 거친 뒤 두만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에서 북한 경비병이 올라와서 검문을 실시하자, 대부분 중국인인 승객들은 여권의 사진이 보이는 부분을 높이 들어 올려서 우리 일행도 따라하였다. 스무살 정도된 북한 경비병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여권을 유심히 보더니 미주 동포임을 알아보았는지 우리에게만 슬며시 미소를 지어서 우리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였다. 차가 출발할 때 북한 경비병에게 손을 흔드니 그도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어서 같은 민족으로서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과 호기심으로 북한 땅으로 들어가니 남한과 비슷한 모습의 산하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큰 홍수로 인하여 많은 곳이 무너지고 부서진 풍경이 눈에 들어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자와 전력, 수돗물 사정까지 좋지 않아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며 마음이 아팠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그들을 도와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북한을 도와주면 그 자금으로 핵 개발하고 군량미를 살 것이고,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북한 도와주어야 하는가. 왜 우리가 도와주면서 왜 굽실거려야 하나’라고 묻는다.
비슷한 예가 노숙자를 도와주자고 하면, 그 받은 돈으로 마약과 술을 사는 데 사용하므로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이다.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중에는 주어진 돈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여 새로운 삶을 찾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내는 자금의 반의 반 만이라도 우리의 형제와 자매인 북한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우리는 도와야 하지 않을까.
북한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너무 부족하니까 역설적으로 체제 유지를 위하여 핵무기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 같기도 한데 필자는 정치학자가 아니라서 그러한 부분은 판단하기가 힘이 든다. 지구상의 그 어떠한 정치 체제도 영원히 지속 되지는 못한다. 경제적인 측면만 보면 북한은 경쟁 상대가 될 수가 없다. 경쟁도 비슷할 때 경쟁이 되는 것이지, 이제는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이제는 한국 정부도 대범하게 크게 도와야 할 때이다. 과거 한국 정부에서 북한 길들인다고 하여 대북 경제 원조를 중단하여 무엇이 나아졌는가. 물론 무조건 돕기 보다는 현명하고 적절한 방법을 잘 찾아서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