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맹호 목사 / 미국원주민 선교사
모든 절기에는 특별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삼일절’은 독립을 위한 민족적 염원이 종교를 초월한 대동단결을 이룬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추수감사절 역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긴 항해와 첫해 겨울의 혹독한 시련 속에서 살아남은 필그림들은 첫 수확을 놓고 하나님 앞에서 그 동안 아낌없이 도움을 주었던 이웃 인디언과 함께 감사의 축제를 드린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첫번의 의미와 감동은 곧 시들해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개념의 인플레이션'(inflation of concept)’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절기를 맞이할 때마다 본래의 의미를 기억하고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2009년 10월 30일 오바마 대통령은 11월을 ‘원주민의 달(Native American Heritage Month)’로 선포하였다.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의 달’로 지켜오던 것을 미국 역사와 관련하여 새로운 해석을 한 것이다. 진정한 감사는 하나님 앞에서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곳에 나로 인해서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감사일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 여년간 플리머스에서는 필그림이 도착할 때부터 도움을 주었던 ‘왐파노악(Wampanoag)’ 인디언의 후손들은 ‘추수감사절 반대’ 시위를 해왔다. 추수감사절의 의미가 왜곡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 인디언들은 아낌없이 주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땅을 빼앗기고, 생명까지 빼앗긴 과거의 역사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11 월을 ‘원주민의 달’로 공포하면서 네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을 ‘원주민의 날(Native American Heritage Day)’로 함께 지켜줄 것을 당부한 것은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담보한 기쁨과 감사는 있을 수 없다는 뜻에서 지금까지 상실되어 온 추수감사절의 본래 의미를 회복하는 의미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다.
그러므로 추수감사절의 내용 속에 거대한 축복의 땅을 거의 무상으로 내어준 이들을 기억하는 것이야 말로 이 땅에 살 자격의 필요조건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