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기윤실 문서자료 – 교회의 존재이유 / 허현

허현 목사/ 마운틴뷰메노나이트교회

지난 1월 5일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규제 행정 조치를 발표했다. 2012년 12월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예닐곱 살 아이들 20명을 포함한 30명이 죽은 총기참사 이후로 실로 3년 만이다. 지난 성탄절 하루 동안만 해도 미국에선 총기로 27명이 사망, 6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총기규제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흥미롭게도 총기사고만 나면 대부분 정신병자의 소행이라고 한다. 미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사람들에게 딱지를 붙임(labeling)으로써 진정한 치유의 길을 피해간다.

정부비판만 하면 ‘종북’ 또는 ‘빨갱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교회는 그러한 레이블링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 안으로 보냄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예수를 따르는 이들은 평화라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정의를 행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이다. 정의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요, 평화는 그 결과다. 사람을 사람으로 볼 수 없게 하는 생명경시와 비인간화에 중독된 모든 체제, 국가, 종교, 문화, 사회는 생명을 지으신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죽어도 총기규제는 고사하고 교사에게 총을 가르치고 방탄 담요를 나눠 줘야 한다는 미국총기협회와 무기상들, 그들의 돈에 놀아나는 국회의원들과 그것에 분노하지 않는 사회도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다.

300명 가까운 학생들을 수장시켜 놓고도 말도 안 되는 종북몰이를 일삼고, 경제침체를 유가족 탓으로 돌리며, 악어의 눈물 한줄기로 에끼는 국가와 국민도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신앙의 가면을 쓰고 테러를 일삼는 이들도 자신들의 신의 가르침을 배신하고 대적하는 것이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와 부모 잃은 자녀의 절규를 기억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아들을 가슴에 묻었던 하나님 아버지의 미션(missio Dei)이다. 

또한 그 일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하시는 기관(primary institution)인 교회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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