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 목사 / 마운틴뷰 메노나이트교회
교회는 개인구원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에도 관심을 갖는다. 불의에 대해 무저항이 아닌 저항을 선택하며 그 저항의 방식은 비폭력이다. 그 저항의 주된 대상은 맘몬과 국가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의 지배체제이다.
‘비폭력 저항(non-violent resistance)’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약자들을 억압하는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폭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거짓의 아비인 사단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가 폭로되는 것이다. 정사와 권세는 악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회 구조를 장악해 약자들을 억압하는데, 이렇게 숨겨진 정사와 권세의 정체를 폭로하는 것이 비폭력 저항의 시작이다.
불의에 대한 침묵이 아닌, 폭로를 통해 또다시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갈등은 앞의 갑과 을로 예표되는 억압된 상황에서 나오는 갈등과는 다른 것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들려지기 시작할 때, 권력과 돈의 힘에 기생해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까 두려워 갈등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예수도 같은 이유로 질서(권력자들에겐 질서와 평화가 동의어)를 파괴하는 자라고 죽임을 당했다. 유대교의 두 기둥인 성전과 율법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성전시위는 “너희의 성전과 율법에 대한 이해는 약자들을 억압하는 종교체제가 되어버렸다”는 메시지였고, 이것은 스테반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교회는, 예수를 따르는 우리는, 평화의 왕이신 그분을 좇아 약자들을 억압하는 체제 뒤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거짓의 아비를 폭로해야 한다. 하나님의 새 창조라는 경륜의 빛을 통해 지배체제의 정체를 폭로하여 만유의 주되신 예수 앞에 무릎 꿇게 하는 것이 교회의 미션이다. 삼일운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참여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예수의 평화정신을 따랐던 것이 사실이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나 인도의 간디 수상의 비폭력 저항도 그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갈등을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과업에 교회가 참여하기 위해, 예수를 따르는 ‘비폭력 저항’ 전통의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