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기윤실 문서자료 – 교회는 세상을 읽어야 / 이도환

이도환 목사 / 독립장로교회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교회 공동체가 위기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교회 공동체 안의 사건사고도 위기감을 더하지만, 공동체에 관한 무지가 더 심각해 보인다. 신학적으로는 삼위일체 교리등을 통해 교회공동체 원리를 만들어내지만, 이것의 현실화는 추상적 담론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공동체를 위한 이해,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할까. 우선 공동체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정체성과 소속에 관한 것이지만, 시대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이전의 정체성과 소속방식에 계속해서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의 시대적 변화들, 가령 예를 들면, 자본주의, 포스트모더니즘, 글로벌리즘, 혹은 인터넷 문화에도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변화들은 새로운 방식의 정체성 확립과 소속방식을 요구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으로서 교회공동체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의 교인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지만, 또한 끊임없이 시대적 변화에 의해 정체성과 소속의 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 한 시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변화의 격랑 안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공동체 확립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오늘의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매우 익숙한 대신, 변화되는 시대 안에서 구체화된 정체성 쇄신에 미숙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관심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본과 경쟁력이라는 자본주의의 핵심가치가 교회 공동체 안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얼마나 많은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이웃교회보다 경쟁력 있는 교회가 될 것인가에 교회의 마음이 머물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정체성 쇄신과 함께, 무엇에 저항할 것인가를 주어진 시대 안에서 결정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 공동체는 그렇게 세상의 일부가 된다. 반문화의 기치로 세상과 격리되는 방주 같은 교회공동체는 하나님 나라와 멀다. 하나님의 가치가 이 세상에 깊게 심겨지는 것이 하나님 나라라면, 이제 교회 공동체는 세상을 깊게 읽어야 한다. 

suppor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