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기윤실 문서자료 – 회복을 위한 정의 / 허현

허현 목사 / 마운틴뷰메노나이트교회

세월호 희생자 부모와 가족들이 걱정된다. 그들에게 남은 날들은 지독히도 감당하기 힘든 짐일 텐데… 

나는 숨을 쉬지 못해 거의 죽을 뻔했던 막내 아들을 끌어안고 거실에서 길가로 내달은 적이 있다. 어떤 시도도 파래진 얼굴에 몸을 떨고 있는 그 애를 숨 쉬게 할 수 없을 때, 그 절망감과 혼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내 목숨을 가져가시라”고 하늘을 향해 외치는 부모의 절규가 어떤 것인지 그 자리에서 조금 알게 되었다. 

팽목항에서 점차 물에 잠겨가는 세월호를 보는 부모들은 어땠을까. 오죽하면 그 새벽에 청와대까지 가겠다고 15km를 걸었겠는가. 그냥 무작정이라도 걷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나락을 한 발 앞에 둔 사람들의 본능적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끌어안지는 못할망정 그걸 막았으니 분노는 그런 곳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자식의 죽음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많다. 문제는 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손을 쓸 수 없었다는 무력함과 거기에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이 큰 몫을 했다는 분노가 빠른 유속처럼 부모들을 휩쓴 것이다. 자식을 자기 손으로 직접 묻어버린 것만 같은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부모들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단지 희생자 부모와 가족들뿐이겠는가. 방송을 지켜 본 국민도 그런 면에서 모두 세월호 참사 이전의 삶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평화는 정의에 기초해야 한다. 참된 회복은 하나님의 정의가 세워질 때 일어나며, 그곳에 참 평화가 깃든다. 하나님의 정의는 회복하는 정의이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가해자가 진정으로 죄를 시인하고 공동체가 함께 애통하면서 돕는 가운데 피해자가 회복되는 것이 목적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진정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가해자들과 그들의 죄가 명백히 드러나야 하고, 국민이 함께 모두의 회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의 입장에 서서 이 사안을 바라볼 때에야 비로서 매듭이 조금씩 풀어지게 될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의 광장 곳곳에서 외쳐지는 함성은 바로 이 회복하는 정의의 강물이 흐르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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