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기윤실 문서자료 – 긴급 좌담, '한인교회의 청빙과 목회윤리, 이대로 좋은가'

한인교계의 목회자 청빙이 논란이다. 최근 일부 교회의 갑작스런 목회자 사임과 청빙으로 한인 교계가 시끄러웠다. ‘게릴라 청빙’, ‘목회자의 상향이동’, ‘배려 없는 청빙’, ‘목회 윤리’ 등 각종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8일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LA기윤실)는 목회자 청빙 실태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인교회의 청빙과 목회윤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는 LA기윤실 박상진 간사의 진행으로 김기대 목사(평화의교회), 김문일 목사(LA남서울은혜교회), 신석화 장로(사랑의빛선교교회), 허성규 교수(캘스테이트샌버나디노 회계학·LA기윤실 공동대표)가 함께 했다. 

▶박상진=”최근 일부 목회자들의 갑작스런 사임과 청빙으로 논란이 있었다. 논란의 핵심은 갑작스런 청빙과 목회자가 대부분 더 큰 교회로 ‘상향 이동’ 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한인 교계에서 만연된 문제 아닌가.” 

▶김기대=”갑작스런 이동 원인은 결국 내면에 끊임없이 신분상승을 노리는 목회자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대형교회에 대한 욕망이다. 그 욕망이 상식과 절차를 앞지른 것 같다.” 

▶허성규=”교수들도 연봉이나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목사가 자리를 옮기는 문제를 이처럼 세속적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목회자란 직업을 세속적으로 여긴다면 문제가 덜 할거고, 성직으로 여긴다면 문제로 보일 거다. 과연 목사는 세속적 직업인가, 성직인가.” 

허성규 교수는 하나크리스천센터 교회에 출석중이다. 청빙 문제에 대해 교인의 입장에서 좌담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김문일=”거룩성의 잣대는 목회자나 신자나 다 똑같아야 한다. 당연히 목사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청빙 논란은 방법적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처신이 경솔한 게 문제였다. 또 교인들은 거기서 실망과 반사적 상실감을 갖는다. 바른 목사라면 후임자라도 세우고 모두의 축복 속에 떠나는 게 좋은데….” 

▶신석화=”인간적으로 섭섭할 순 있어도 목사가 굳이 간다면 왜 말리겠느냐. 그런데 방법이 잘못됐다. 요즘 보면 목회자들이 성도와 교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성도를 향한 목회자의 ‘사랑 결핍’ 문제다. 특히 교인들이 받는 영혼의 충격은 누구의 책임인가.” 

얼마 전 사랑의빛선교교회는 전임 목회자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본지 4월30일자 A-26면> 최근 이 교회는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담임목사를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 신석화 장로는 청빙위원회 소속으로 실제 청빙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허성규=”성도들이 목회자를 너무 대단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다. 차라리 목사들에게 깨끗한 ‘잡마켓(job market)’을 만들어주면 그런 일이 없어질까. (웃음) 청빙은 목회자 양심, 교인의 인식, 교회별 사정, 교단별 지침 등 참 다양한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슈다. 청빙 자체에 대한 기준이나 확실한 제도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청빙이 “얽히고 설킨 이슈”란 말에 참석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공감했다. 그만큼 청빙 문제는 복잡하다. 한 가지 원인으로 파악이 되는 쉬운 문제가 아니고 그만큼 해법 도출도 간단치 않다. 

▶김기대=”목회자란 직업은 일반직과 성직의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이 말은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이 갖고 있는 직업도 역시 성직이면서 일반직인 거다. 목사가 청빙 받을 때 일반직의 관점에서는 상식적 절차와 과정을 지키는 직업윤리가 필요하고, 성직으로서는 자꾸 ‘갑’의 위치로 가려하기보다 ‘을’의 곁에 머물겠다는 신앙적 결단과 양심, 목회 윤리가 동시에 필요한 거다.” 

▶김문일=”일반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과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방법으로 청빙을 받고 청빙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아파트에서 이사를 했다. 이사할 때도 최소 한 달 정도 노티스를 주는 게 사회적 통념 아닌가. 그런데 요즘은 목회자들의 이동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도 안 된다. 리더가 교회를 옮기는 것도 최소한 예의가 필요하다.” 

▶박상진=”얼마 전 한 청빙 논란 기사에 ‘목사님, 더 좋은 직장으로 가시는군요. 축하합니다’라는 댓글이 있더라.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나는 목회자의 처신을 꼬집는 세간의 말일 거다. 리더라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목회적 윤리를 매번 점검하고 기준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김기대=”꼭 목사라고 해서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 상식만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꼭 큰 교회 가는 게 문제라기보다는 절차상의 문제 아니겠나.” 

이 대목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레 청빙의 구조적 문제로 방향이 바뀌었다. 절차나 과정상의 문제는 잘못된 구조나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신석화=”이번에 청빙 위원회를 맡으며 여러 교회의 사례와 뒷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많이 실망했다. 솔직히 청빙위원회가 그냥 ‘폼’이더라. 쉽게 말해 ‘짜고치는 고스톱’ 분위기다. 어떤 분들에게는 추천을 해달라 했더니 ‘이미 다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들러리 아니냐’고 하더라. 올바른 청빙을 하려면 건강하고 투명한 청빙위원회가 우선인 것 같다.” 

▶허성규=”너무 스타 목사를 모시려는 것도 문제다. 한인 교계 청빙은 거기에 너무 집중됐다. 목회자가 실력이 조금 모자란다면 교회가 목사를 키워줄 수 있지 않느냐. 목사에게 너무 의존하려는 교회는 안 좋다. 교인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구조적 문제가 나오자 교회 내 부목사를 담임으로 세우는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목사를 세우기 전 교회 내 파벌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제기되면서 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냈고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김문일=”청빙은 구조적 문제다. 교회가 세속적으로 물든 부분이 있다. 교회 안에 이미 기업 논리가 정착돼 있다. 숫자가 채워지는 걸 보고 ‘그 목사 능력있다. 교회를 부흥시켰다’라고 착각한다. 솔직히 목사의 능력이 교인수로 결정되는 분위기 아닌가. 먼저, 이런 생각과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박상진=”교인도, 세상도 분명 목회자에게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어쩌면 더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으로 가는 모습도 보고 싶어하는 기대일 거다. 실제 ‘하향 이동’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을 청빙받은 목회자도 신중히 고려하고 생각해 봐야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처신으로 인해 섬기던 교회와 교인들에게 얼마든지 아픔과 상처를 줄 수 있는 게 목회자다.”

(신석화) “이번 청빙을 통해 한인 교계에 정말 건강한 사례를 남겨보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청빙 위원회부터 투명하게 구성했다. 안수집사, 권사, 장로, 당회가 각각 모임에서 투표로 대표들을 뽑았다. 그렇게 각 그룹에서 뽑힌 교인들이 위원회(12명)를 구성해 함께 청빙 회칙을 만들었다. 전 교인에게 청빙에 대한 10가지 질문이 담긴 설문지도 돌려 의견을 수렴했다. 웹사이트에 공식 청빙 관련 링크도 게시했다. 문이 닫힌 위원회가 아닌 투명하게 모든 교인이 함께 참여하자는 거다. 무엇보다 공정한 청빙을 위해 원로목사님께서 스스로 빠지겠다고 해주셨다. 교회 전체가 정말 깨끗하게 해보려는 거다.”

참석자들은 공통으로 원로나 현재 담임목사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교계의 현실적인 ‘입김 작용’을 지적했다. 공정하고 깨끗한 청빙을 위해서는 이를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대) “목회자를 청빙할 때 급하게 하면 안 된다. 내가 속한 PCUSA 교단에선 임시 목사 제도가 있다. 전임자가 떠나면 교단에서 그 교회에 임시 목사를 파송한다. 이는 교회가 전임 목회자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을 잊는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교인들이 건강하게 새 목회자를 다시 찾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갖게 한다. 한인 교계는 너무 빨리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평화의교회도 김기대 목사가 부임하기 전 8개월 동안 교단에서 파송한 임시 목회자가 시무했었다. 보통 PCUSA 경우 임시 목회자를 1~2년까지 파송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박상진) “청빙할 때 상대방 교회에 대한 배려도 보고 싶다. 청빙이 결정되면 공식절차를 통해 상대 교회에 알리고 그쪽에서도 목회자를 떠나 보낼지 말지 결정하도록 배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목회자를 데려와서 ‘내 교회’만 좋아하는 건 지극히 개교회중심주의다. 서로 상생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신석화) “이번 청빙에 있어 정말 그러한 아름다운 모습을 꿈꾼다. 후보가 정해지면 그 교회에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알릴 거다. 상대 교회의 모든 축복 속에 목사님이 떠나고, 우리도 모든 교인의 환영 속에 목사님이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내 교회가 중요한 만큼 상대 교회도 중요하다. 배려가 상실된 청빙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허성규) “청빙위원회가 바른 절차와 원칙을 지키려는 것도 중요하겠다. LA지역 한 목회자는 청빙을 받자 교인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해서 의견을 묻는 투표까지 거쳤다고 한다.”

허 교수가 언급한 목회자는 현재 LA지역 한길교회를 시무하는 노진준 목사다. 이전 교회에서 시무할 당시 타교회 청빙 제의를 받았던 노 목사는 교인들에게 솔직하게 이를 공개하고 의견을 물어 결정했다. 한인 교계의 건강한 청빙 사례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김문일) “교단마다 청빙 규정이 다 있다. 그런데 교단 헙법에 따라 청빙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제도가 교단마다 다양하고 교회 사정이 모두 달라서 이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건 힘들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큰 교회라면 주변에 본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교단의 청빙 규정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김문일 목사는 선교사 출신이다. 목회자 청빙시 선교지 예를 들었다. 김 목사는 “선교지에서 아무리 사역을 잘해도 주변 평판이 안 좋으면 동역 자체가 힘들다. 목회자를 청빙할 때 목사의 이전 사역 사례와 평판도 잘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신 장로는 “실제 청빙을 해보니 청빙 대상자와 부목사들의 관계도 중요하더라. 부목사를 자주 바꾼 목사는 문제가 있다. 주변으로부터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석화) “한 교회를 섬기면서 청빙은 평생 한 두 번 할까 말까다. 아마 우리뿐 아니라 많은 교회들이 청빙을 한다면 매우 당황하고 생소해 할 거다. 어떤 기본 내용이라도 담긴 매뉴얼이 있었으면 한다. 많은 교회가 이런 일을 겪을 때 어떤 아이디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침 말이다. 바람직한 청빙 사례, 실패 경험담 등도 모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박상진) “건강한 청빙은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가 필요하고 동시에 목회자 개인의 바른 목회 윤리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두가 나눠주셨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가는 건강한 청빙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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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계 청빙 논란 사례 

목회자 청빙은 한인 교계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자칫하면 교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다. 특히 영향력이 큰 대형교회의 청빙 논란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먼저 지난 2010년 한국 할렐루야 교회는 자체적으로 당시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이던 김승욱 목사에 대한 청빙을 발표했다. 일방적 발표에 교회 측은 당혹했다. 이후 김 목사가 떠난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를 청빙 최종후보자로 선택하고 온 교인이 공식 예배 때 이 목사 청빙을 위한 기도까지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거듭된 교회 측 제의를 이 목사가 계속 거절하면서 청빙은 결국 일단락됐다.

지난해 5월 남가주사랑의교회가 노창수 목사에 대한 청빙을 급작스레 발표했다. 이번에는 노 목사가 시무하던 워싱턴중앙장로교회가 혼란에 빠졌다. 급기야 워싱턴중앙장로교회 시무 장로가 웹사이트에 혼란에 빠진 교인들을 진정시키는 성명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나성영락교회가 권혁빈 목사(어바인온누리교회)에 대한 청빙을 공식 발표하자 사흘 만에 권 목사가 거절했다. 양쪽 교회의 희비가 순식간에 엇갈렸다.

최근 세계비전교회는 갑자기 사랑의빛선교교회를 사임하고 다우니 지역에 주안에교회를 개척한 최혁 목사를 공식 청빙했다. 최 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지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최 목사는 청빙을 수락했고 현재 두 교회는 통합된 상태다.

지난 6월 베델한인교회는 인근 지역에서 사역중인 김한요 목사(세리토스장로교회)를 청빙했다. 세리토스장로교회 교인들은 갑작스런 청빙 소식으로 혼란에 빠졌다. 결국, 김 목사는 사임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되 고별 설교 없이 영상으로 인사를 대체하고 교회를 떠났다. 김 목사의 경우 지난해 7월 뉴욕장로교회가 청빙투표를 통해 후임 목회자로 확정했지만 “내 생각하고는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청빙 제의를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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