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목사 / LA기윤실 사무국장

한인교회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가끔 다닐만한 교회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어떤 교회를 찾는지 물으면, 대개 목사의 설교가 좋은 교회라고 대답한다. 목사의 설교가 좋은 교회라…

문득 한 장로님의 뼈아픈 고백이 떠오른다. 담임 목사를 세우기 위한 청빙위원회 위원이었던 장로님은, 설교를 잘한다는 이유 하나로 어느 목회자를 담임목사로 세웠다가, 그 목사로 인해 교회가 큰 어려움에 빠진 경험을 이야기 했다. “말 재주만 있는 목사에게 속았다”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목사의 설교가 교회와 교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말씀을 중심에 둔 개신교 전통에서 설교자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설교자는 교회와 성도를 바르게 세우는 길잡이 역할에 그쳐야 한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해석하여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 일을 바로 감당하기 위해 설교자는 늘 두려움과 겸허함을 겸비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설교를 사람 끌어 모으는 방편으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사익과 사욕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설교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설교는 화려한 마사여구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지만, 결국 피상적 위로와 내면의 평안, 기복신앙과 긍정적 사고를 말하는데 그친다. 성도를 균형 잡힌 신앙인으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기보다, 자신의 설교에 빠져들게 하고 설교자 자신을 추종하게 만든다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유명세를 떨치는 이 시대의 거짓 선지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성숙한 신앙은 역설적으로 설교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때 이루어진다. 초신자라면 신앙 성숙을 위해 설교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수십 년이 넘도록 교회를 다니고도 여전히 특정 목사의 설교에 빠져 있다면 스스로 미성숙한 신앙의 소유자임을 드러내는 반증일 뿐이다. 일찍이 독일의 신학자 본 회퍼는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통해, 주체적이고 성숙한 신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인교회의 성도들이 하나님 말씀의 전달통로인 설교보다, 하나님의 말씀 자체인 성경을 더욱 사랑하기를, 떠 먹여 주는 신앙을 넘어 스스로 말씀을 먹는 훈련을 하기를, 그리하여 주체적인 신앙인으로 우뚝 서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말씀 없이, 말씀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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